[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 랩스(Ripple)와 갈링 하우스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SEC는 9일(현지 시간) 뉴욕 남부지방법원 애널리사 토레스 판사에게 지난 달 리플사에 부분 승소 결정을 내린 판결을 연방 항소 법원으로 송부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문서를 접수했다고 블룸버그,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당초 토레스 판사는 내년 2분기에 판결을 내리지 않은 부분에 대해 재판을 이어가겠다는 일정을 밝혔다. 만약 토레스 판사가 SEC의 요청을 받아 항소를 허용하면 해당 사건은 곧바로 연방 항소 법원에서 판결을 받게 된다.

SEC는 리플 랩스에 8월 16일까지 항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리플 랩스는 외신들의 코멘트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 쟁점은 역시 증권성

지난 7월 13일 토레스 판사는 약식 판결을 통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코인 거래소의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리플(XRP)이 판매됐을 때에는 이를 증권성 판단 기준인 하위(howey) 테스트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 기관 투자자들에게 XRP를 판 것은 증권이라고 판시했다.

리플사 입장에서는 “증권이 아니다”는 점에 주목했고, SEC는 “기관에 판 것이 증권이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국 양측 모두 승리이면서, 양측 모두 패배인 판결이 됐다.

SEC는 이 판결을 ‘판례’로 만들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항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왜 항소인가?

SEC는 토레스 판사에게 제출한 문서에서 다른 유사 사건에 미칠 영향을 언급했다. 리플 판결은 미완의 판결이다. 토레스 판사는 쟁점이 되는 다른 부분에 대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SEC는 그러한 해당 재판을 건너 뛰어서 바로 항소를 할 테니, 토레스 판사가 이를 허락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SEC는 코인베이스, 바이낸스를 상대로 미등록증권 판매 소송을 벌이고 있다. 다른 10여 건의 재판도 진행 중이다. 특히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은 토레스 판결을 근거로 SEC 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테라 소송을 담당하는 뉴욕 남부지방법원의 다른 판사는 “토레스 판결을 인용하지 않겠다”해서 논란을 키웠다.

다시 말해 SEC는 다른 소송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서 항소 법원에서 판결을 받음으로써 ‘명확한 판례’를 만들어야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 향후 재판 전망

누구도 쉽게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플사에 유리하다고 보는 관측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코인은 증권이다”라는 SEC의 논리가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토레스 판결도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둘째, 항소가 SEC에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항소 법원으로 이 재판이 가더라도 수 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사이에 SEC와 리플사가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만약 항소심에서 리플사가 지더라도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간다. 대법원 판결은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에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겐슬러 위원장이 대선 이후 SEC에 계속 남아 있으라는 법이 없다. 보수적인 대법원은 기업 활동에 개입하는 정부 기관을 좋게 보지 않는다.

SEC에 유리하다고 보는 관측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토레스 판결은 증권법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기관 뿐이 아니라 일반 투자자를 보호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정반대 판결을 했다.

둘째, 뉴욕 남부지방법원의 다른 판사마저 토레스 판결을 ‘판례’로 인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관들이 같은 법리에 따라 토레스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

셋째, 의회가 새로운 법을 만들기 전까지는 “모든 코인은 증권이다”라는 법리가 암호화폐 시장을 규율하는 유일한 규칙이다. 의회에 다수의 법안이 올라와 있으나, 민주당-공화당 대립으로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시간은 SEC의 편이기도 하다.

# 리플 코인 가격은?

리플 가격은 지난 달 토레스 판결 이후 급등했다. 그러나 SEC의 항소 가능성과 판결의 모호성으로 인해 추가 상승에 애를 먹고 있다. 기술적으로 중요한 0.83 달러에 도달하지 못했고, 심리적 안정선인 1 달러에도 한 참 못미친다.

토레스 판사가 항소를 승인하면, SEC와 리플사의 판결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리플 코인 가격이 ‘사법 변수’에 또 다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